짬통

예..

lunahanul 2024. 7. 4. 02:42

이렇게 됐다. 
이상한 혁명에의 꿈같은 걸 안고 괴랄한 마음... 그리고 어차피 망할 세상, 변혁을 대비할 시간과 돈이 있지도 않다면 뭐 하러 사는교 하는 마음. 먹지도 못 하는 술을 매일 마시고, '제발 무책임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고 싶다'는 마음을 현실로 만들었다. 막상 그래놓고 보니 미안함에 미치겠던데 나쁘게 사는 것도 힘든 일이다. 마음이 정말 괴롭다. 가끔은 스스로가 너무 무책임하고 비겁하고 무능하다는 데에 깜짝 놀랐던 몇 년 전 아니면 아주 어릴 적이 현재와 겹친다. 술을 마시고 잠들면 요즘은 현실의 사람들이 그대로 꿈에 나온다. 특정 대화나 기억이 꿈에서였나 현실에서였나 비몽사몽 한다.
 
운동이랄 것도 없고. 학교 안에서 되는대로의 연대와 가능한 기획들을 살펴보다가 수많은 인수인계의 과업에 파묻혔다. (문제 : 나는 일을 못 한다. 다만 의지를 표명했을 뿐) 그래서 내 한계를 명확하게 보게 되기도 한다. 후배들에 아가리 놀리고 다닌 게 사실 다 전부 나의 한계에 대한 책망이었고! 찐따새끼. 한편 이 지경으로 일상과 모든 걸 망치고 난 후에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또한, 내 시야가 너무 좁아 이렇게 보이는 것일 뿐 역사의 사이클은 돌아가고 있겠지 싶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한줌도 아닌 모래알 한 알이라는 걸 기억하자. 뭐 그리 대단한 차이가 있겠나. 애써 기억하자 생각은 흐르는 대로 두지 말고 애써 거스르자 비관하고 냉소하지 않도록. 
 
정치적 기획이라는게 얼마나 허망하고 또 많은 역사와 오해의 누적인가. 꼬인 실타래가 궁금해서 들여다보았다가 얼른 도망치고 싶어지기도. 지금껏 내가 해낸 작은 성공들은 아무 것도 몰라서 가능했다는 확신도 들고. 변화 내부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도 많고, 민주주의의 스펙트럼은 얼마나 넓고 그것이 불러오는 모순은 어찌 타개하는가 하나하나 실제의 현상이라 아득해지기도 하며. 비겁자로 남고 싶지 않은 깜냥에 되지도 않는 의지로 남기는 하였으나 과연 견딜 수 있을까. 도망간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 보이지 않는 온라인 연대와 살갗을 부딪히는 폭력적인 예술 중에 나는 후자에서 혁명의 가능성을 보는데, 그냥 실체 없는 향수인가? 아니면 이미...  
 
하여튼 나의 문제다. 나 이만큼 못 났어요 미리 말하지 못 하는 일, 술을 끊지 못 하는 일. 어느 정도 관료처럼 일하는 버릇도 들여야 하는데 말이다. 어쩌면 운이 기가 막히게 좋았을지도 모른다 싸우고 서로의 개쓰레기같은 면모를 맘껏 내보이고 소리 지르며 돈 벌고 작업하는 시공간에 존재할 수 있었다는게. 찐빠난 사람들끼리 서로에 냅다 안겨버리는... 폭력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제대로 찐빠나지도 못 해서 헛소리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 물론 그래서 특정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인생이 모두 허망하다고 느끼고 사람들만을 찾아 헤매게 됐으니 그때 만난 어른들 순회뻐큐를 돌고 싶지만. 아, 나같은 새끼는 어차피 안 되고 지금 안 굶는거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서 그나마 제정신으로 기능했는데. 새삼 내 선 자리가 이미 많이 바뀌어, 세상 말고 그냥 나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 하는 걸지도 모른다. 

'짬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욕망  (1) 2024.07.24
개버릇  (0) 2024.07.05
  (0) 2024.07.04